제7호 신진학술상: 박 경(이화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 연구교수)

新進學術賞(제7호)
수 상 자: 박 경(이화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 연구교수)
수상논문: 自賣文記를 통해 본 조선후기 하층민 가족의 가족질서 (고문서연구 제33호[2008. 8])

선정이유

조선시대 하층민의 생활상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115건의 자매문기를 통해 하층민의 가족질서를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방법이나 내용적인 측면에서 독창적인 연구성과로 평가된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자매는 자신만이 아니라 가족이나 근친이 방매할 때도 自賣라고 한 점, 소가족 공동체 단위의 의사결정과 가족운영 형태, 夫와 父가 처와 자녀에 대한 대리 거래의 권한을 지닌 점, 아들보다는 딸을 우선 방매대상으로 삼고 6세~15세의 어린이가 주요 대상이 된 점 등 흥미로운 사실들을 밝히고 있다.

이 논문은 자료의 특성상 고문서연구가 하층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한계성을 보완하면서 고문서 연구의 외연을 확대하고 방법론을 심화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고 사료되어 수상자로 선정하였다.

수상소감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저를 영산 법사학 학술상 신진상 수상자로 선정해주신데 대해 한국법사학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가 항상 법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가족, 친족 관계를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을 뿐 아니라 역사 연구에 입문할 때부터 박병호 선생님, 정긍식 선생님 등 여러 선생님들의 논문을 접해왔기 때문에 한국법사학회에 대해서는 평소에 친근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상이 저에게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저에게 고문서 연구의 길을 열어주신 박병호 선생님께서 제정하신 상을 수상하게 되어 더없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관찬 사료를 중심으로 연구를 하였던 제가 고문서를 접하게 되면서 역사 연구의 시야를 넓힐 수 있게 되었던 것은 매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논문에서는 양인이 자신을 노비로 팔았던 自賣를 통해 조선 후기 하층민 가족의 가족질서를 살펴보았습니다. 조선에서는 양인을 노비로 삼거나 노비가 양인이 되는 것을 극히 제한하였지만 조선 후기에 흉년과 기근이 심해지면서 이러한 제한이 완화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餓死를 위협받는 극한 상황으로 판단될 때에는 관에서 자매를 인정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자매문기를 검토하면서 자신을 放賣하는 것보다 아버지, 어머니, 남편 등이 자식이나 처를 방매하는 현상이 오히려 더 많이 나타난다는 점을 파악하게 되었고, 이것이 당시 하층민 가족의 가족질서를 반영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이 논문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논문을 마무리한 후 이 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가족관계 뿐 아니라 조선 후기의 신분제도나 하층민의 삶에 대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 한 켠에 항상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는 역사학 연구자의 길을 열어주셨던 이배용 선생님을 비롯한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님들과 고문서 연구의 길을 열어주신 박병호 선생님께 항상 감사드리는 마음을 가지고 연구에 임하고 있습니다. 또한 석사과정에 입학할 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선생님들과 선배님, 동학들이 제가 연구자로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는 점은 제가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이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상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역사학 뿐 아니라 고문서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