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호 우수학술상: 李康旭(한국승정원일기연구소 소장)

優秀學術賞(제18호)
수 상 자: 李康旭(한국승정원일기연구소 소장)
수상논문: 臺諫 啓辭에 대한 考察 (고문서연구 제45권[2014. 8])

선정이유

이 논문은 사헌부와 사간원에서 국왕에게 올리는 啓辭에 관하여 직성 및 전달 체계, 그 종류에 따른 분류, 기타 관련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룸으로써 고문서 연구의 본령에 해당하는 작업을 실증적으로 잘 수행함과 동시에, 이를 통하여 법사학의 관점에서도 조선의 위정 체제에 대한 대간의 역할과 기능 및 국왕의 국정 통할 방식의 한 중요한 국면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킬 수 있는 좋은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한 공이 크다. 이를 기초로 향후 관련 사료들을 더 탐구하면 조선시대 국정 운영을 해명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수상소감

안녕하십니까?

한국승정원일기연구소장 이강욱입니다.

저는 학교 다닐 때에도 상을 받은 적이 거의 없었고, 이제는 나이도 적지 않고 해서 상을 받을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상을 받게 되어 기쁘고, 더구나 이처럼 권위 있는 귀한 상을 받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 이 상을 주신 靈山 선생님과 한국법사학회 회장님을 비롯한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제가 1997년과 2000년에 국사편찬위원회에서 靈山 선생님께 고문서를 배운 적이 있었는데, 이제 선생님의 雅號를 딴 학술상을 받게 되어 더욱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한문을 공부한 지는 이제 30년이 되었고, 그중 약 20년은 조선시대의 사료와 법전을 번역하고 강의하는 일에 전념해왔습니다. 저처럼 현장에서 사료와 법전의 번역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는 사료와 법전을 전공하신 분들의 연구 성과가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직 연구가 되어있지 않은 부분이나 연구가 되어 있어도 미진한 부분이 많아서 애를 먹기도 합니다. 특히 제도와 역사어휘에 있어서 고충이 큽니다. 그러다보니 사료의 번역이나 정보화사업에 종사하는 실무자들은 서로 모여서 법전을 공부하기도 하고 역사어휘를 정리하기도 합니다. 저도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조선시대의 제도와 역사어휘를 익혔습니다. 저로서는 한국고전번역원의 번역위원으로서 『일성록』과 『전율통보』를 번역한 경험과 국사편찬위원회의 ‘승정원일기 정보화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조선시대의 사료와 법전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저에게 상을 받게 해준 ‘臺諫 啓辭에 대한 考察’이라는 논문도 ‘승정원일기 정보화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계기가 되어 쓴 논문입니다. 『승정원일기』에는 거의 매일 臺諫 啓辭가 기록되어 있는데, 臺諫 啓辭를 작성해서 왕에게 올릴 때에는 일정한 절차가 있으며 그 내용도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모으기 시작하여 논문을 쓰기까지 10여 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臺諫 啓辭를 논문으로 쓰기 전에 우선 啓辭라는 문서가 어떤 문서인지를 밝혀야 했고, 啓辭라는 문서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草記라는 문서에 대해 먼저 밝혀야 했습니다. 그래서 맨 먼저 草記에 대한 논문을 쓰고, 그 다음으로 啓辭에 대한 논문을 썼으며, 마지막으로 臺諫 啓辭에 대한 논문을 썼습니다. 臺諫 啓辭에 대한 논문을 쓰기 위해서 草記와 啓辭에 대한 논문을 먼저 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저는 본업인 번역을 그만두고 4~5년 계획으로 조선시대의 제도에 대한 책을 집필 중이며, 집필이 끝나면 조선시대 4대 법전의 번역을 새롭게 시도해볼 계획입니다. 이전에도 법전은 아니지만 조선시대의 제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銀臺條例』 및 『銀臺條例』의 각 조항을 이해하는데 참고가 되는 사례들을 다수 뽑아서 편집한 『銀臺條例 參考資料集』을 연구소의 수강생들과 함께 번역하여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출간하였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政院故事』를 번역하였고, 내년 초에는 책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올해에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시작한 ‘조선시대 법령의 정보화사업’에 연구소의 수강생들이 참여하게 되어 조선시대 법전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습니다.

제가 이처럼 사료와 법전의 번역 및 정보화사업에 참여하면서 항상 아쉽게 느낀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학계에서 연구하시는 분들과 번역이나 정보화사업에 종사하는 실무자들의 교류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연구자와 실무자가 한 자리에 모여서 공부하고 그 결과물을 공동으로 생산해낸다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장점은 살리는 성과를 올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한국고전번역원에서도 몇 년 전부터 『大明律直解』를 번역하면서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여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연구자와 실무자가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아지기를 개인적으로 기대해봅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이 자리는 매일 사료의 의미를 현대인에게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 애쓰는 현장의 실무자들을 격려해주는 자리이자, 앞으로 연구자와 실무자의 교류가 더욱 확대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뜻 깊은 자리라고 생각됩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아울러 학회의 발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