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호 신진학술상: 朴俊炯(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新進學術賞(제19호)
수 상 자: 朴俊炯(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수상논문: 재한일본 ‘거류지’·‘거류민’규칙의 계보와 「居留民團法」의 제정 (법사학연구 제50호[2014. 10])

선정이유

조계와 관련된 법제를 세 개의 층위로 구분하여 그 최종단계인 「거류민단법」(1905; 법률 31)의 제정과정과 그 의미를 규명하여 위 법이 조선에서 거류지의 공간적 범주를 기획하는 과정을 밝혔다.

위 논문은 기존의 연구를 충실히 반영하여 논문의 목적을 분명히 하였다. 외국인 거류지역을 역사의 전개에 따라 구분하여 관련 원사료를 바탕으로 일본외무성과 영사관의 교섭과정을 복원하고 법제의 제정배경과 내용 및 그 성격을 소개하였다. 나아가 조선 각지에 거류하는 일본인들을 규율하는 개별 거류지법령과 모든 일본인들을 통일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법령의 제정과정을 치밀하게 추적하였다. 「거류민단법」의 제정ㆍ공포 이후 실제적인 입법은 시행규칙에 의해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 조계의 의미를 한편으로는 확장하면서 동시에 그 경계의 소멸을 촉진하여 불법적 토지침탈과 거주를 합법화한 것으로 이해하였다.

연구자는 그 동안 주목을 받지 못한 재조선일본인의 거주공간을 법적으로 규율하면서 식민화의 역사적 궤적을 규명한 점을 높이 평가하여 신진상 후보로 선정하였다.

수상소감

먼저 이렇게 신진학술상을 수여해 주신 데 대해 감사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일찍이 신진학술상을 수상하신 여러 훌륭하신 선학들과 이름을 나란히 하게 된 점 또한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본래 한국의 개항기를 연구하는 역사학자입니다. 주로 1876년의 강화도조약 체결 이래로 새롭게 설치된 외국인거류구역과 그를 통해 유입된 외국인들과의 잡거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 왔습니다. 치외법권적 장소인 외국인거류구역과, 또 외국인들이 치외법권을 향유했던 장소인 한반도의 현실을 살펴보면서, 다음과 같은 서양의 오랜 법언 하나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모든 법은 올바른 장소에 있어서만 타당하다.” 법은 보편적 정의의 실현을 말하지만, 법이 타당성을 지니는 장소는 보편적이지 못하다, 곧 법의 시행은 장소성과 연관된다는 말일 것입니다.

그런데 법의 타당성이 장소에 의해 선택되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이번 논문에서 소재로 삼은 것은 「거류민단법」인데요. 이 법은 일본의 법률이지만 대한제국의 땅에 시행구역이 설정되었고, 이때 시행구역의 설정 기준은 상당 수 일본인의 ‘거주’ 여부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 땅이 비록 한국 영토라 할지라도 일본인이 거주하고 있다면, 그곳은 곧 일본의 법률이 타당성을 확보하는 장소가 되는 것입니다. 법은 스스로 타당성을 지니는 장소를 창출해 내기도 했다는 것이지요.

최근에 방송된 ‘송곳’이라는 TV드라마에서는 프랑스의 한국지사에서 일하고 있던 주인공이 노동상담소 소장에게 프랑스는 노동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인데 왜 한국지사에서는 노동조합을 탄압하느냐고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 상담소 소장의 대답은 여기,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그래도 되니까라는 것이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노동자의 인권 보호라는 보편적 정의 실현에 있어서는 한국이 법의 시행을 위한 장소성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말일 텐데요. 요즘 광장의 촛불을 보면서 그러한 법과 장소의 연관성 사이에 개입할 수 있는 시민의 힘, 그리고 시민의 역할을 새삼스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공부를 통해 그 가능성에 대한 답을 구하고, 또 그를 통해 신진학술상이 아니라 우수학술상까지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